질랜디아

질랜디아는 남태평양 해저의 대륙 지각 기반의 육괴로, 오늘날에는 대부분이 바다 아래에 잠겨 있는 독립적 지질 단위이다. 이 구조는 단순한 대륙 단편이나 해양 지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고대 초대륙 곤드와나에서 분리되어 형성된 또 다른 해양 대륙으로 평가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질랜디아'라는 명칭은 1995년 지질학자 브루스 루옌다이크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이후 위성 영상 분석과 지각 밀도 연구 등을 통해 그 실체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질랜디아는 약 8,300만 년에서 7,900만 년 전 사이에 곤드와나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이후 수천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침강하여 약 2,300만 년 전에는 거의 전면이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대륙 구조물의 약 94%가 태평양 해저에 위치해 있으며, 해수면 위로 드러난 육지는 뉴질랜드와 누벨칼레도니 일부뿐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질랜디아의 가장 광범위하고 고도가 높은 부분으로, 오늘날 이 대륙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지형이다.

전체 면적은 약 4,900,000km²로 추정되며, 이는 단순한 소대륙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한 규모이다. 이 면적은 마다가스카르의 여섯 배, 그린란드보다도 넓고, 인도 아대륙이나 아라비아반도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큰 거대 화성암 지대인 온통자바 고원보다도 두 배 이상 넓다. 이러한 이유로 뉴질랜드, 누벨칼레도니,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질학자들은 질랜디아가 단순한 대륙 조각이나 미소대륙이 아니라, 대륙으로 정식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각의 평균 두께, 암석 구성, 판 경계의 독립성, 지각 밀도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질랜디아 지각이 이전에 추정된 것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약 10억 년의 연대를 지닌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이는 단순한 침강 지형이 아니라, 고생대 이전부터 존재해 온 안정된 대륙 지각이 오랜 시간에 걸쳐 판 운동과 해양 침강 작용을 통해 변형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단층 작용과 열곡 활동에 의해 조각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부분이 비교적 얇은 해양 퇴적층 아래에 묻혀 있다.

질랜디아는 지질학적 가치를 넘어 자원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연안에서는 연근해 어업 자원이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타라나키 연안에는 마우이 가스전이라 불리는 대형 천연가스 매장지가 개발되어 있다. 이외에도 남부 대분지에서는 석유 탐사를 위한 시추 허가가 이루어졌으며, 해저에는 자철모래, 황화광상, 망간단괴와 같은 다양한 광물 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질랜디아 전체의 구조와 범위를 지도화하는 작업이 완료되어, 그 경계와 주요 지형이 보다 명확히 규명되었다. 이 작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해저 대륙의 정체성과 분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장차 판구조론 연구뿐만 아니라 해저 자원 탐사, 생물 지리학, 지각 진화사 연구 등에서도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