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천상

문천상(1236년 6월 6일 – 1283년 1월 9일)은 남송 말기의 정치가이자 문인, 그리고 충절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본래 이름은 운손, 자는 송서이며, 또 다른 자는 여선이다. 스스로를 부휴도인 혹은 문산이라 칭했다. 그는 강남서로 길주 여릉현[1] 출신으로, 남송이 멸망하는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싸운 마지막 충신 중 한 명이었다. 육수부, 장세걸과 함께 "송말삼걸"로 불리며, 민족의 운명이 무너져가는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남송 이종 보우 4년(1256년), 21세의 젊은 나이에 문천상은 과거에 급제하여 장원급제의 영예를 안았다. 그가 펼친 글과 사상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빛났으며, 그의 재능과 문장은 조정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문인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날카로웠고, 무엇보다도 정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당시 조정에는 간신들이 득세하고 있었다. 환관 동송신은 조정의 권력을 농단했고, 권신 가사도는 남송의 국정을 망가뜨리며 탐욕을 채우고 있었다. 문천상은 이들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는 조정에서 직언을 서슴지 않으며, 이들의 부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는 정의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곧은 성품은 오히려 그를 권력의 중심에서 밀어냈다.

그는 몇 차례나 좌천당하고 복귀를 반복하다가 결국 37세가 되던 해에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운명은 그를 다시 역사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덕우 원년(1275년), 원나라 군대가 남송을 공격하며 수도를 위협하자 문천상은 조용한 삶을 뒤로하고 다시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병사를 모집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조정에서는 그를 절서·강동제치사 겸 평강부지부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전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원나라의 군대는 강력했고, 남송 내부에서는 분열이 계속되었다. 그는 상주를 구원하기 위해 병력을 이끌고 나섰지만,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여항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우승상 겸 추밀사로 승진하여 원나라와의 화의 교섭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는 원나라의 주력 장수 백안을 만났을 때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백안이 항복을 요구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부하며 면전에서 원나라를 질타했다. 결국 그는 원나라 군대에 의해 구금되었고, 북쪽으로 압송되던 중 기회를 틈타 탈출하여 다시 남송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다시 병력을 모아 저항을 이어갔다. 복주에서 익왕 조굉장을 황제로 옹립하는 데 참여했으며, 남검주로 이동하여 병사를 규합했다. 경염 2년(1277년), 그는 강서를 수복하기 위해 병력을 이끌었으나, 병력의 열세와 원나라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광동으로 이동하여 저항을 이어갔다.

상흥 원년(1278년), 위왕 조병이 즉위하자 문천상은 소보로 임명되었으며, 신국공으로 봉해졌다. 그러나 남송의 운명은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오파령에서 원나라 군대에 사로잡혔고, 멀리 원나라 대도로 끌려갔다.

원나라 조정은 그를 회유하려 했다. 그에게 높은 관직을 약속하며 원나라에 충성을 맹세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 칸은 그의 충성심을 꺾으려 여러 차례 협박과 설득을 시도했지만, 문천상은 단호했다. 그는 오직 남송의 신하로 남기를 원했다.

원나라 지정 19년 12월(1283년 1월), 원나라 조정은 마침내 문천상의 사형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도 쿠빌라이는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이 희대의 충신을 회유할 수 있다면, 옛 남송 땅의 백성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문천상이 원나라의 신하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남송을 따르던 많은 이들이 원나라를 받아들이게 될 터였다.

그렇기에 그를 살려 두고 권력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이미 남송은 사라졌고, 그를 따를 군대도, 저항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원나라에 맞서 싸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쿠빌라이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천상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포로가 아니었다. 그가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남송을 기억할 것이고, 그가 살아 있는 한, 남송의 충절은 꺼지지 않았다. 원나라가 남송을 무너뜨렸을지언정, 문천상의 절개를 꺾지 못하는 한 진정한 승리는 완성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이미 백성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 있었다. 그를 굴복시키지 않는다면, 원나라의 승리는 온전할 수 없었다.

허나 여전히 그의 의지는 단단했다. 배고픔도, 추위도, 원나라 조정의 회유와 협박도 그의 신념을 흔들지 못했다. 감옥에서의 3년 동안 그는 날마다 굶주렸고, 차가운 감방에서 육신은 쇠하였고 정신도 희미했다. 그러나 문천상은 스스로 단 한 번도 원나라와 쿠빌라이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한마디만 하면, 그는 원나라의 고위 관직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었다. 원나라 황제는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송나라 땅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편안하고 부유한 삶이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신념을 지키는 길이었다. 그는 단지 한 나라의 신하가 아니었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충신이었으며, 한 나라의 정신을 지켜내는 존재였다. 그의 신념은 원나라의 검보다 날카로웠고, 그가 가진 충절은 그 어떤 권력보다 강했다.

그는 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태연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걸었고,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군사들이 그의 손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자, 그는 스스로 형장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것은 복종의 표시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으며, 그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시, 《과령정양(過零丁洋)》에서 그는 이렇게 읊었다.

"인생 자고 수무사, 유취단심조한청(人生自古誰無死，留取丹心照汗青)"

"사람이 태어나 죽지 않는 자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나는 붉은 마음을 남겨 역사에 새기리라."

그렇게 남송의 마지막 숨결은 끊어지고 말았다. 이제 이 땅 위에는 남송을 위해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쿠빌라이조차도 그의 꺾이지 않는 절개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의 강력한 군사력도, 황제의 회유도, 감옥에서의 긴 고통도 그의 신념을 흔들 수 없었다. 문천상은 죽음을 앞두고도 한 치의 두려움 없이 가야할 길을 걸어 갔다.

그의 몸은 차가운 쓰러져 차갑게 식어버렸으나 그의 정신은 살아 숨쉬며 후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절과 의리의 본보기가 되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패자의 절개는 더 깊이 새겨진다. 문천상이 남긴 단심(丹心)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았으며, 그의 이름은 충절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남송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신념과 의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남송은 무너졌지만, 문천상의 붉은 마음은 역사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문천상의 죽음은 단순히 한 충신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진 송나라의 마지막 숨결이었으며, 불멸의 정신이었다. 원나라가 송나라의 영토를 정복했다하더라도 문천상이 남긴 절개와 충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송나라는 중국의 통일 왕조들 가운데 군사적으로 가장 약했고, 치욕스러운 패배를 가장 많이 겪은 나라였다. 전연의 맹으로 요나라에 굴욕적인 세폐를 바쳤고, 몽골과의 전쟁에서도 수차례 후퇴를 반복했다. 그러나 송나라는 무력으로는 정복될지언정, 그 문화와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송나라의 문인들은 세상을 보는 깊은 철학을 가졌고, 학문을 발전시켰으며, 무엇보다도 의(義)와 절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문천상은 그러한 송나라 정신의 결정체였다.

그는 송나라의 패망을 지켜보며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싸웠다. 나라가 남아 있을 때는 군대를 조직해 원나라에 맞섰고, 나라가 사라진 후에는 감옥에서 신념을 지켰다. 원나라의 회유가 아무리 강하고, 그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그는 한 순간도 자신의 충절을 버리지 않았다.

문천상의 정신은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시구 "인생 자고 수무사, 유취단심조한청(人生自古誰無死，留取丹心照汗青)"는 시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그는 단순히 송나라의 신하가 아니었다. 그는 역사가 기록한 가장 위대한 충절의 상징이었다.

그가 지킨 것은 단순히 남송이라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 마지막까지 가져야 할 의리와 신념을 지켰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그 정신은 명나라를 거쳐 청나라까지 이어졌으며, 심지어 현대까지도 충절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고 패자는 멍애를 써야하지만 그 어느 중국 왕조들보다도 비참한 순간이 많았던 송나라를 빛나게 하는 것은 한 충신의 절개 덕분이었다. 문천상의 충절이 있었기에, 패망한 송나라는 그저 패배한 나라로 남지 않고 끝끝내 원나라에 맞써 싸운나라로 역사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는 왕조가 되었다.

명나라가 건국된 후, 그는 "충렬(忠烈)"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그의 문집은 《문산선생전집》으로 편찬되었으며, 그의 시와 문장은 후대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의 사상과 신념은 역사 속에서 충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의 정신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그가 몸 바쳐 지키려 했던 나라는 결국 사라졌지만, 그의 충성과 절개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문천상은 단순한 신하가 아니라, 의리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한 인간이었다. 그의 이름은 역사에 깊이 새겨졌으며, 그가 남긴 정신은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