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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 개요[편집]

이영도의 장편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아라짓 전사라는 고유한 전투 집단이 등장하며, 이들이 지닌 특이한 전투 관습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들은 전투에서 승리한 뒤 일반적인 약탈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즉, 여성은 모두 죽이고, 남성은 생포하여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일반적인 전쟁 이후의 약탈 행위와 상식적인 성역할의 통념에 완전히 배치되며, 소설 내 인물들조차 당황하는 대사로 등장한다.

이러한 규율은 단순한 잔혹 행위가 아닌, 아라짓 전사 집단 내부의 독특한 문화적·제도적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의 사회에서는 왕의 허락 없이는 자녀를 가질 수 없다는 철저한 통제가 존재했으며, 이는 혈통과 충성, 인구 통제를 기반으로 한 통치 질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은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금지 대상이 되었으며, 반대로 남성과의 행위는 임신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규율을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 규율은 문자 그대로 ‘남성 겁탈’이라는 파격적 전투 후 행위로 이어졌으며, 작중 인물인 케이건 드라카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그 기원이 언급된다. 케이건은 이러한 행동이 기이하게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아라짓 전사의 내부 규율과 세계관에서 볼 때는 나름의 합리성과 체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아라짓 전사로 알려져 있으나, 그가 이 규율을 실제로 따랐는지는 명확히 서술되지 않는다.

이 전투 규율은 소설의 설정을 넘어 독자들 사이에서 강한 인상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겁탈한다’는 단문은 파괴적 문장 구조와 상식을 전복하는 내용으로 인해 각종 인터넷 밈과 드립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문장이 현실 세계의 도덕성이나 규범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소설 속 문화의 독특성과 상징성, 그리고 충격적 언어 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은 설정은 이영도의 작품 세계가 지닌 문화적 상상력과 세계관 설계의 깊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아라짓 전사의 관습은 단순한 자극적 장면을 넘어서, 허구적 사회 안에서 질서, 권력, 금기, 통제의 의미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설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