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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 개요[편집]

왕국들을 하나로 잇는 빛

하늘과 바다가 끝없이 맞닿은 서녘의 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누메노르의 한 자락에 고요한 도시 안두니에가 있었다. 푸른 바다가 부르는 노래가 그 언덕 위에 잔잔히 흘러들었고, 황금빛 석양이 도시의 흰 성벽을 물들일 때면 세상은 잠시 숨을 죽이고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이 항구도시에는 태양과 달의 은밀한 이야기를 품은 듯한 신비로운 홀 하나가 대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 홀은 마치 하늘의 빛줄기를 받아 은을 깎아 만든 듯 맑고 청아하게 빛났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안누미나스의 홀이라 불렀다. 이는 단순히 권세나 재물을 상징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먼 옛날 엘로스의 후예인 안두니에의 영주들이 바다 너머에서부터 물려받은, 왕가의 정통성과 신성한 의지를 나타내는 은빛의 표식이었다. 오직 하늘과 별을 우러르며 옳음을 추구하는 이들의 손에 들렸을 때만 홀은 진정한 의미를 드러냈고, 그 빛은 더 맑고 영롱해져 세상 위로 퍼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인간의 마음이 바다를 향한 갈망과 자만으로 어두워졌을 때, 운명은 누메노르의 빛을 거두었다. 섬은 높은 파도와 깊은 심연 아래로 침몰하고 있었지만, 운명은 아직 이 홀을 버리지 않았다. 마지막 날의 폭풍과 혼돈 속에서 엘렌딜은 그 홀을 굳게 품었고, 바다 위로 떠오르는 새벽빛을 향해 항해하며 멀리 동쪽의 새로운 땅, 가운데땅에 발을 디뎠다.

그는 새로운 별의 도시 안누미나스를 세우고 북왕국 아르노르의 왕좌를 그곳에 마련하였다. 그리고 안두니에에서 가져온 홀을 그 왕좌 옆에 세워 두었으니, 그 빛은 이제 새로운 왕국의 희망이자 왕권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아르노르는 성했고, 왕좌의 은빛 홀은 그 성함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가차 없고 무정하여 왕국을 갈라놓았고, 북녘의 별빛도 흐려졌다. 왕국이 셋으로 나뉘고 어둠이 깊어졌으나, 홀은 아르세다인의 왕들에게 전해져 끝까지 왕국의 운명과 함께했다. 북쪽의 차가운 얼음과 겨울 폭풍 속에서 마지막 왕 아르베두이가 생을 다하던 날, 홀은 인간과 요정이 함께하는 깊은골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홀은 시간 속에 잠들었다. 잃어버린 왕국의 기억과 언젠가 돌아올 진정한 왕을 기다리며, 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요히 숨을 죽였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 별들의 움직임 속에 감춰졌던 운명의 실이 다시금 짜이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엘렌딜의 피를 이은 왕이 일어났다. 별의 이름을 품은 엘렛사르 텔콘타르가 곤도르와 아르노르의 왕좌에 오르자, 깊은골의 은밀한 금고는 다시 열렸다. 세상에서 잊혔던 홀은 다시 한번 왕의 손에 들리니, 누메노르에서 아르노르로, 아르노르에서 곤도르로 이어져 온 왕권의 맥박이 되살아났다.

안누미나스의 홀은 이제 두 왕국이 하나 된 위엄을 상징하며, 왕이 든 손끝에서 찬란히 빛났다. 옛 시대의 영광과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안두니에의 홀은 다시 한번 바람과 바다의 노래 속에서 세상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