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의 전승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이래로 내륙과 관동, 영남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으며, 국방상의 전략적 거점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고개에 얽힌 전승은 단순한 지명 유래를 넘어 조선의 정치적 상황, 민간 신앙,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민속 서사로 형성되어 전해진다. 그 가운데 널리 구전된 세 가지 전설은 각각 문경새재의 명칭 기원, 성황신의 계시, 그리고 산신령의 호환 방지에 얽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승은 문경새재라는 명칭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전승에 따르면 고개의 경사가 워낙 험해 날짐승조차 쉬어가야 했기에 '새도 쉬어가는 고개'라는 뜻으로 '새재' 또는 '조령'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 새재가 '초점'으로 기록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억새를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인근의 하늘재에 대응하는 ‘사이의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는 해석도 함께 전한다. 즉, 단일한 유래보다는 여러 지리적·언어적 인식이 중첩된 결과로 보는 해석이 민속적으로 더 타당하다.

두 번째 전승은 문경새재의 성황신과 조선 중기의 문신 최명길에 얽힌 이야기이다. 최명길이 젊은 시절 안동에 있는 외가를 찾아가던 도중, 문경새재 동쪽 길목에서 신비로운 여인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여인은 스스로를 문경새재의 수호신이라 밝히며, 안동의 한 좌수가 성황당에 놓였던 치마를 가져다 딸에게 입힌 일을 꾸짖고 그 딸에게 징벌을 가하러 가는 길이라 하였다. 그러나 최명길의 지혜와 인품을 알아본 성황신은 앞으로 청나라와 화친하여 나라를 보전하라는 예언을 남기고 떠난다. 최명길은 여인의 말을 따라 좌수의 집을 찾아가 상황을 알리고, 성황신의 치마를 태운 후 제사를 지내게 하니 병약하던 좌수의 딸이 기적처럼 소생하였다고 한다. 이후 최명길은 병자호란 당시 화친론을 주장하며 나라의 존속을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세 번째 전승은 문경새재와 산신령, 그리고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이다. 조선 초기에 관청의 문서를 들고 문경새재를 넘던 역졸이 호랑이에게 희생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임금은 호랑이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봉명사로 파견된 인물이 문경새재의 산신당에 제를 올리고 왕명을 제단 위에 두었다. 다음 날 아침, 제단 앞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봉명사는 그 가죽을 벗겨 조정에 바쳤다. 이 사건 이후 고개를 넘는 이들에게 호환은 사라졌다고 전한다. 얼마 뒤 전 씨 성을 가진 한 사람이 꾼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하였고, 전 씨가 상소를 올리자 조정에서는 산신령의 죄를 사면하였다.

이처럼 문경새재에 얽힌 전설은 지명 유래에서부터 민간 신앙, 정치사와 예언,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방식까지 다양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전통적 구술 이야기의 범주를 넘어,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인간과 자연, 신령 사이의 상호작용을 담고 있는 귀중한 민속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