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1. 개요2. 상세

1. 개요[편집]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는 2000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제80회에서 등장인물 궁예가 한 대사로, 한국 텔레비전 사극사(史)에서 가장 널리 회자된 표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해당 장면은 2000년 12월 31일 방송되었으며, 극 중 궁예가 관심법을 시연하던 중 한 신하가 기침을 하자, 격노한 궁예가 이를 문제 삼아 처형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실제 대사는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말이야!”로 이루어져 있다.

2. 상세[편집]

이 장면의 핵심은 기침이라는 사소한 행동이 궁예의 비상식적인 반응과 연결되어 숙청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극 중 궁예는 관심법이라는 허구의 능력을 통해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본다고 주장하며 공포 정치와 숙청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실상은 권력에 취한 폭군으로 변해간다. 기침 소리를 낸 것 하나로 신하를 철퇴로 처형하는 이 장면은 궁예 체제 하의 광기와 위압의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극의 흐름에서는 위협적이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방송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억되었다.

당시 방영 직후에는 별다른 유행을 타지 않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 밈 문화가 확산되며 해당 장면이 ‘뒤늦은 명장면’으로 재조명되었다. ‘야인시대’, ‘심영물’ 등 일부 레거시 드라마 콘텐츠에서 파생된 영상 편집물이 인기를 끌면서, 이 대사도 마찬가지로 ‘궁예질’이라는 별명과 함께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발화 방식의 과장된 억양, 정색한 표정, 대사 자체의 문장 구조가 반복과 누적을 통해 긴장을 쌓는 점 등이 인터넷 밈으로 각색되기에 매우 적합하였고, 다양한 단어를 대입해 유희적으로 변형하는 패턴화가 가능했다.

이 대사로 인해 ‘기침’이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 분위기를 상징하게 되었고, 일상적이던 단어가 특별한 맥락을 갖게 되었다. 또한 “마구니”라는 단어도 이 시기를 전후해 널리 퍼졌으며, 이는 극 중 궁예가 사람의 마음속에 악한 기운이 들었다는 식으로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다. 이후 “마구니가 꼈구나”, “머릿속에 마구니가 가득 찼다”는 말은 특정한 상상이나 감정을 농담 삼아 지적할 때 일종의 정형화된 유머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 장면은 궁예라는 인물의 몰락 과정에서 전환점에 해당하는 사건으로도 의미가 있다. 극중 궁예는 철원으로 천도한 이후 민심을 얻지 못하고 북벌과 법회에 집착하는 등, 현실과 괴리된 통치를 지속한다. 도성의 주민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렸으며, 질병과 기근 속에서도 궁예는 환상 속 세계에 몰입한 채 주변의 충언을 거부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침한 신하를 이유 없이 처형하는 장면은 단순한 광기가 아닌, 전체 체제의 파탄과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극적 장치이다.

방송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장면은 인터넷 문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드라마 내에서 사용되었던 브금 역시 ‘기침 브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해당 음악이 나오면 실시간 채팅창에서 대사의 예고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장면이 방영될 때마다 온라인 시청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이 장면이 얼마나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컨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는 단순한 대사를 넘어, 권력의 오만함과 맹목적 통치가 낳는 공포를 상징하는 장면이자, 이후 시대에는 강력한 언어적 상징성과 유희성을 갖춘 문화적 코드로 진화한 표현이다.